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완벽한 아이를 읽고

by 진부령편지 2021. 9. 5.
반응형

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본인의 경험을 기술한 '완벽한 아이'를 읽어 보았습니다.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15년간 감금상태로 학대를 겪으며 자란 자신의 삶을 아주 담담하고도 건조하게 기술하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래와 같은 몇가지 이야기에서는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 지하실 감금

- 음악선생의 폭행(따귀를 때린다던지 하는..)

- 성폭행 사건과 이를 못 본척하고 문을 닫는 어머니

- 말을 안심시키도록 한 후 살육하는 장면 

 

주인공은 세 살부터 성과 같은 집에 감금된 채로 아버지의 학대를 견디며 살아야 했습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도 어린 시절  남편에게(주인공의 아버지) 팔려와 좋은 교육을 받으며 주인공을 낳아 기르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습니다. 그녀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낳은 딸(주인공)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책의 어디에도 반전은 없습니다.

- 주인공이 만나는 (부모를 포함한) 몇 안되는 어른들은 학대 상태에 있는 어린아이를 구하기는 커녕 다양한 방식으로 더 학대했습니다.(후반부에 등장하는 딱 한 사람 몰랭선생 제외) 약한 사람을 보면 더 쉽게 착취하려 하는 권력의 속성, 자신도 약자이면서 더 약한 이를 짓밟으려는 잔인함이 그대로 기술되고 있어서 몹시 불편합니다. 

- 자녀를 학대할 때 이 책 속의 부모는 자신들이 학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어른들은 쉽게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합니다. 만일 이 책의 주인공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면 성인이 되어 극도의 폭력성을 분출했을 것으로 예측해 볼 수도 있습니다. 

- 주인공은 결국 집을 나오게 되지만 그것은 결혼을 담보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무서웠던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결혼을 허락했는지, 결혼식은 왜 오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장면은 전혀 반전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살아온 주인공은 이후 불안장애, 공황장애, 범불안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기절과 공황발작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적절한 치료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어린시절의 학대와 긴장은 어른이 되어도 우리 마음 속에 깊은 내상을 남깁니다. 비록 주인공이 심리상담사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는 평생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불편합니다. 내용이 많이 축약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장면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또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다양한 행동들이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갇힌 아이가 되었다가, 몰염치한 어른이 됩니다.

어느 약자에게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폭력을 행하는 강자가 됩니다.

우리가 권력을 가짐으로 폭력에 눈감거나 동조하는 순간 수많은 '완벽한 아이'가 울게 될 것입니다. 

좀 더 공평한 세상이 되도록 협조하고, 좀 더 나은 이웃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것,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들의 존재를 경이로워 하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어른의 역할입니다.

 

 

 

 

반응형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보다 엄마  (0) 2021.09.05
삶의 여정  (0) 2021.09.01
고마운 외인들  (0) 2021.08.22
역지사지  (4) 2021.08.16
눈 내리는 날  (0) 2021.08.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