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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1

꽃보다 엄마 '꽃보다 엄마'는 예능방송 작가로 활동하는 김정미 작가가 환갑을 맞이한 엄마와 여행하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어머니와는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 엄마의 폐암수술로 인한 미안함과 놀람, 환갑 기념 등 다양한 여행의 이유들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제주도에서 평생을 살아 온 엄마에 대한 추억들도 기록이 되어있고, 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엄마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김정미 작가의 단상들도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엄마를 내가 다니는 직장의 상사처럼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거래처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죠? 단 한 번도 자식에게 '갑'이 되어본 적 없는 엄마를 딱 한 번만 '갑'으로 모셔보는 거예요." 맞다. 엄마는 진정한 갑이 되어본 적이 없.. 2021. 9. 5.
완벽한 아이를 읽고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본인의 경험을 기술한 '완벽한 아이'를 읽어 보았습니다.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15년간 감금상태로 학대를 겪으며 자란 자신의 삶을 아주 담담하고도 건조하게 기술하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래와 같은 몇가지 이야기에서는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 지하실 감금 - 음악선생의 폭행(따귀를 때린다던지 하는..) - 성폭행 사건과 이를 못 본척하고 문을 닫는 어머니 - 말을 안심시키도록 한 후 살육하는 장면 주인공은 세 살부터 성과 같은 집에 감금된 채로 아버지의 학대를 견디며 살아야 했습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도 어린 시절 남편에게(주인공의 아버지) 팔려와 좋은 교육을 받으며 주인공을 낳아 기르.. 2021. 9. 5.
삶의 여정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십 년간 여러 책임과 역할에 묶여 옴짝 달싹 할 수 없었습니다. 인기가 어찌나 많은지 집을 비우고 어딘가를 며칠씩 떠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처럼 인기가 솟구치는 몇몇 아낙들이 한 번은 꼭 함께 여행을 가자며 여러 해 동안 모의해 오던 끝에 올해 결실을 보았습니다. 여행을 가는 것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여행 계획을 하자니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가서 대부분의 식사는 길거리 혹은 야시장에서 먹었고, 많은 시간을 걷고 지하철역을 찾아다니는데 사용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가져간 우루사를 다 같이 나눠 먹고는 ‘투약여행’이라고 깔깔대며 지치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계획된 범위 안.. 2021. 9. 1.
고마운 외인들 심심산골로 이사 온지 5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해발 520미터에 위치한 집에서 해발 10미터를 넘지 못하는 어린이집으로 매일 등원을 하던 작은 아이는 3개월 동안 날마다 코피를 쏟았습니다. 기압 차이에 적응하느라고 몸이 많이 고단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 선생님이 엄하지만 좋은 분이셔요.”, “선생님이 저만 특별히 블록을 주셨어요.”하면서 어린이집 자랑을 제법 하고 다닙니다. 어느 날 작은 아이가 “엄마, 엄마는 베트남 엄마죠?”하고 물어보는 통에 온 집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일이 있습니다. 엄마가 베트남 엄마이기를 바라고 박박 우기는 통에 제가 “베트남 엄마”가 아닌 것이 미안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엄마도 베트남 엄마가 맞잖아요. 엄마는 대구에서 왔으니까 여기 사람이 아니잖아요... 2021. 8. 22.
역지사지 지금은 초등학생인 큰 아이는 4살이 되던 해부터 무엇을 유심히 볼 때마다 눈을 치켜뜨고 보았습니다. 날마다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특별한 질병은 없었기에 저는 그것을 심인적 요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컴퓨터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던 아이의 왼쪽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몰려가고, 오른쪽 눈동자는 그대로 앞을 쳐다보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근 종합병원 안과에서 정밀검진을 한 결과, 아이의 눈이 선천적으로 좌안은 원시, 우안은 근시였습니다. 원시는 자라면서 좋아지지만, 근시는 자라면서 나빠지는 눈이므로, 두 눈의 시력차가 심해서 약한 눈인 우안은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서, 그동안 서로 다른 눈으로 초점을 맞추기 위해 애쓰느라 날마다 머리가 .. 2021. 8. 16.
눈 내리는 날 일기예보에 따르면 진부령에는 벌써 12센티의 눈이 내렸고, 실제로는 고도에 따라 내린 눈의 양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날마다 언제 눈이 오는 것이냐고 묻던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아침마다 두 아이를 깨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잠이 깨면 엄마를 불러서 다리를 주무르라고 한다든가, 안고 거실로 나가달라고 한다든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저를 불러서 시중들게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이 내리던 날 아침에 “눈 왔다.”한마디에 벌떡 일어나서 스스로 옷을 골라서 입고 잠바를 미처 잠그지도 못하고 마당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눈이 내리자 큰 아이가 다니는 흘리 분교는 1박2일 캠프를 시작했습니다. 큰 아이는 눈싸움을 하기 위해서 잠바와 스키바지를 여벌로 챙겨서 학교에 갔습니다..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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